안녕하세요, 영화 애호가 여러분.
오늘은 오늘의 영화: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세 편의 걸작 그중에서도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 관객에게는 낯선 세 편의 작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바로 ‘국내 미개봉 걸작’, 해외에서는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개봉조차 되지 않았거나 OTT에서도 보기 힘든 예술 영화들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영화가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등에서 손쉽게 스트리밍되다 보니 “세상 모든 영화가 다 손 안에 있다”고 착각하기 쉽죠. 그러나 여전히 볼 수 없는 명작, 존재는 하지만 접할 수 없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 1. 《Return to Seoul》(2022, 데이비 추 Davy Chou) — 정체성과 뿌리에 대한 낯선 여행
첫 번째 영화는 캄보디아 출신 프랑스 감독 데이비 추(Davy Chou)의 작품, 《Return to Seoul》입니다.
프랑스에서 자란 한국계 입양인 ‘프레디’가 어느 날 충동적으로 서울을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나의 뿌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아주 미묘하고 복합적인 감정으로 탐색합니다.
이 영화는 2022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뉴욕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등 수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극찬받았고, 2023년에는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캄보디아 대표작으로 출품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아직까지 국내 정식 개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OTT에서도 한국 지역 판권이 확보되지 않아 현재까지 합법적으로 감상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프랑스·캄보디아 합작이라는 제작 구조, 한국어·프랑스어·영어가 뒤섞인 다언어 대사, 그리고 “입양”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주제가 배급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경계 위의 시선’이야말로 《Return to Seoul》이 가진 진정한 가치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레디는 한국을 여행하지만 결코 한국인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자신이 더 모호해지고, 정체성의 균열이 커져갑니다.
감독은 이런 모호함을 카메라의 거리감, 불안정한 색감, 그리고 의도적인 정적 속에서 표현합니다.
관객은 ‘정체성의 혼란’을 따라가며, 결국 “정체성이란 완성될 수 없는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국내 관객이 언젠가 이 작품을 정식으로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2. 《Memoria》(2021,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Apichatpong Weerasethakul) — 소리로 기억하는 영화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태국의 거장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실험적인 걸작 《Memoria》입니다.
콜롬비아의 도시를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정체 모를 폭음’을 듣기 시작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미스터리 같지만, 실은 인간의 기억, 시간, 자연, 그리고 세계의 울림을 탐구하는 철학적 영화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2021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감각적 체험”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영화를 정식으로 상영하거나 OTT로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독특한 배급 정책 때문인데, 감독과 배급사가 합의한 “한 도시, 단 한 극장에서만 상영한다”는 콘셉트 때문입니다.
즉, 세계 어디에서도 디지털로 볼 수 없으며, 오직 상영이 허가된 장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순환형 유령 상영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Memoria》를 실제로 본 관객들은 “보는 영화가 아니라 듣는 영화였다”고 말합니다.
스크린에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사운드와 정적이 만들어내는 긴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습니다.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관객 또한 ‘세계가 나를 통과하는 소리’를 듣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영화란 결국 감각의 언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 3. 《The Eight Mountains》(2022, 펠릭스 반 그뢰닝언 & 샬롯 반데르메르슈) — 자연과 우정의 순환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이탈리아·벨기에 합작으로 제작된 《The Eight Mountains》입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알프스의 장대한 산맥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두 남자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웅장한 서사, 압도적인 풍경, 그리고 자연 속에서 인간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2022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유럽 전역에서 ‘올해의 영화’로 손꼽혔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은 물론 OTT 공개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국내 배급사가 판권을 확보하지 않았고, 이탈리아어 원어 자막판 외에 한국어 버전이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아름다운 영화는 아직까지 한국 관객에게 공식적으로 상영된 적이 없습니다.
《The Eight Mountains》은 스토리보다 풍경과 관계의 호흡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두 인물의 우정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연의 순환처럼 흘러가고 사라집니다.
하늘과 산, 계절의 변화가 인물의 내면과 조응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과 인간의 관계란 무엇인가”를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대사보다는 침묵이, 사건보다는 시간의 흐름이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영화입니다.
✨ 마무리하며
오늘 소개한 세 편의 영화 — 《Return to Seoul》, 《Memoria》, 《The Eight Mountains》 — 은 공통적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접하기 어려운 예술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감정, 사운드, 풍경은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희귀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의 언어를 들려주는 창문과도 같습니다.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발견의 예술입니다.
언젠가 이 세 작품이 한국 극장이나 OTT에서 정식으로 공개되어, 더 많은 관객이 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이런 숨은 걸작들을 찾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영화 애호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