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화 속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블로그입니다.
오늘은 조금 으스스하고도 매혹적인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한 번만 상영된 영화들”,
즉 세상에 단 한 번만 스크린에 걸렸다가 영영 사라진 영화들의 미스터리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부분의 영화를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 번의 상영 이후 흔적조차 사라진 작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검열, 필름 유실, 저작권 분쟁, 혹은 의도적인 파기까지 —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관객의 기억 속에는 어렴풋이 남아 있으나, 그 어떤 아카이브에서도 찾을 수 없는 영화들.
오늘은 그 사라진 영화들을 따라가며, 영화의 유한성과 기억의 신비를 함께 탐구해보려 합니다.

🎞️ 1. 사라진 필름의 역사 – 유실된 영화의 비극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필름은 지금처럼 안전한 디지털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영화는 대부분 ‘니트로셀룰로오스 필름’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인화성이 매우 높아 불이 나면 순식간에 타버렸습니다.
1920~3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 저장소의 화재 사고는 빈번했고, 한 번 불이 나면 수백 편의 작품이 한순간에 사라지곤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화사의 초창기 거장,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의 작품들입니다.
그는 500편이 넘는 마법적 단편 영화를 만들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80여 편 남짓뿐입니다.
그의 대표작 《달 세계 여행》(1902)은 운 좋게 복원되었지만, 나머지는 1917년 자금난으로 인해 멜리에스 본인이 직접 필름을 녹여 팔아버렸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즉, 한때 존재했으나 창작자의 손으로 사라진 영화들이 많았던 셈입니다.
또한 1959년 MGM 필름 보관소 화재로 1920~40년대 미국 영화 200여 편이 전소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찰리 채플린 초기 단편, 클라라 보의 로맨스 영화, 그리고 당시 오스카 후보작들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 영화는 사실 ‘살아남은 일부’일 뿐, 전체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이죠.
‘한 번만 상영된 영화’의 상당수는 이렇게 기술적 한계와 보관의 미비로 사라졌습니다.
필름을 태워 없앤 것이 아니라, 시대가 그 존재를 잊어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사의 첫 번째 비극, ‘물리적 유실’의 시대였습니다.
🕵️♀️ 2. 검열과 금지의 그림자 – ‘의도적으로 지워진’ 영화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단순히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권력과 검열의 힘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즉, 영화가 너무 위험하거나, 너무 불편해서 세상에 남을 수 없었던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1972년,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 치하에서 제작된 영화 《El Proceso de Burgos》는
정부의 검열에 걸려 단 한 번의 시사회 상영 후 즉시 필름이 몰수되고 폐기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바스크 분리주의 운동을 다루었는데, 정권은 “국가 분열을 조장한다”며 상영을 금지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완전한 형태의 필름은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스틸컷과 시나리오만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정부 검열에 걸린 수많은 영화들이 한 번 상영 후 영구 보관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장길수 감독의 《오! 꿈의 나라》(1988) 는 당시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내용 때문에 극장 상영이 제한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만에 상영 중단 조치를 당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다룬 《애마부인》 시리즈 중 일부 역시 “풍기문란”이라는 이유로 필름 일부가 삭제·소각되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례는 2000년대 초 영국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Death of a President》(2006)입니다.
이 영화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다룬 페이크 다큐였는데, 실제 뉴스 포맷을 차용해 너무 리얼하다는 이유로 방송사들이 방영을 취소했습니다.
결국 일부 영화제에서 단 한 차례 상영된 뒤 사라졌고, 지금은 DVD도 절판 상태입니다.
검열과 정치적 압력은 예술의 자유를 억압했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서 ‘당대의 목소리’를 빼앗았습니다.
한 번만 상영된 영화들 중에는 권력이 불편해한 진실이 숨어 있었고,
그 영화들이 사라지면서 우리 시대의 기억도 함께 지워졌습니다.
🔒 3. 저작권과 예술의 아이러니 – 소유가 만든 유실
세 번째 미스터리는 ‘법적 문제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사라진 영화들입니다.
즉, 영화가 너무 귀해져서, 오히려 아무도 볼 수 없게 된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The Day the Clown Cried》(1972, 제리 루이스 감독) 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수용소를 배경으로, 코미디언이 유대인 아이들을 가스실로 안내하는 이야기입니다.
제리 루이스 본인이 연출·주연을 맡았지만, 완성 후 작품이 지나치게 잔혹하고 ‘코미디의 윤리’를 넘었다는 이유로 배급을 포기했습니다.
그는 이후 “내 생전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이 영화는 단 한 번의 사적 시사회만 진행된 뒤 금고 속에 봉인되었습니다.
미국 의회도서관이 2025년 이후 제한적으로 공개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전설의 미상영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199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Urotsukidōji Ⅴ》입니다.
이 작품은 폭력과 성적 표현 수위로 인해 일본 내에서도 상영이 불허되었고,
저작권자가 파산하면서 원본 필름이 법적 분쟁 중 소각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존재는 했지만, 누구도 본 적 없는 애니메이션”으로 회자되죠.
저작권은 원래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때로는 예술을 봉인하는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개인 소장자가 판권을 독점한 채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
영화는 존재하지만 세상에선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즉, 현대판 ‘유령 영화’가 된 셈입니다.
🎥 마무리 – 사라졌지만, 결코 잊히지 않은 이야기
한 번만 상영된 영화들,
그것은 단순히 오래된 필름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과 망각의 싸움입니다.
누군가는 “영화는 영원하다”고 말하지만, 실상 영화는 가장 쉽게 사라지는 예술입니다.
기술의 한계, 권력의 검열, 법적 제약 — 모두 영화의 운명을 결정짓는 변수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사라진 영화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억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언젠가 복원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결국,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 속에서 다시 존재하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은 “한 번만 상영된 영화”를 들어본 적 있나요?
댓글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전설 속 미상영작이나, 사라진 영화의 이야기를 공유해주세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그 영화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